20년 넘은 영어강의, 앞으로의 과제는 (2023.10.09. 고대신문)
2024.05.30 Views 172
SDGs/ESG
4.양질의교육(S)
활동유형
전체 강의 23%가 영강
“영어론 전달 힘들 때도”
영어교육 지원 높여야
고려대 영어강의(영강)는 1995년 영어 필수과목 개설과 2003년 취임한 어윤대 전 총장의 국제화 공약을 시작으로 대폭 강화됐다. 2003년 9월 이후 임용된 신임교원에게 영어강의를 의무화했다. 04학번부터는 졸업요구조건에 외국어강의 이수도 추가됐다. 2003년 10%였던 영강 비율은 지난 학기 서울캠 기준 전체 강의의 22.6%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고려대 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영강 수에 맞는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어나는 영강, 함께 커진 불만
올해 대학정보공시센터 공시자료 기준 고려대 외국인 재학생은 2435명으로 전체 학생의 8.03%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형태로 온 외국인도 1747명이다. 영강을 듣는 외국 학생 비율도 높아졌다. 2008년부터 ‘동아시아와세계정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 이용욱(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강의를 듣는 외국 학생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별 학부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을 영강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 학기 경영대학은 전공수업 112개 중 69개가 영강이다. 박경삼(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어강의 비율을 최소 약 60%를 유지한다는 경영대학의 원칙에 협조하기 위해 영강을 맡았다”고 말했다.
공과대학 소속 학과·학부도 영강 비율이 높다. 기계공학부는 전공 33개 중 7개를 제외한 26개 수업이 영강이며 건축학과와 융합에너지공학과도 영강이 절반 이상이다. 외국 학생이 많을 뿐 아니라 한국 학생도 영문 전공용어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혜정(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전공용어가 영어인 만큼 영어강의가 더 수월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영강을 수강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19학번 A씨는 “영강은 절대평가로 진행돼 학점을 받기 쉽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주(문과대 서문20) 씨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영어 실력 차이와 소통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영강을 꺼리는 학생들도 있다. 박범령(문과대 독문20) 씨는 “해외에서 살다 왔거나 외고를 졸업한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기 어려웠다”며 “똑같은 내용을 배워도 이해가 느렸고 발표를 잘하는 학생을 보면 위축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수업 분위기에 그대로 반영된다. 임규택(국제학부) 교수는 “외국 학생들은 질문과 토론에 적극적이지만 한국 학생들은 다소 조용하다”고 언급했다. 라진혁 4단계 BK21 경영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영어로 질문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한국 학생의 질문이 거의 없다”며 “개념 설명이 잘 됐는지,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도 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경아(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강의든 적극적인 학생과 소극적인 학생이 있기 마련”이라 전했다.
강의자의 영어 실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지훈(문과대 사학20) 씨는 “비영어권 교수님이 영어로 강의할 때 지식 전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다인(경영대 경영22) 씨는 “국강(한국어 강의)에 비해 영강의 강의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온 교환학생 B씨는 “교수님의 영어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영강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건 학생만이 아니다. 박경삼 교수는 “모국어가 아니기에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가끔 실수해 힘들기도 하지만, 수강생들이 이해해 줘 고맙다”고 덧붙였다. 정보 전달이 아닌 수업 운영 전반에서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이남경 4단계 BK21 경영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즉흥적인 설명엔 한계가 있고 분위기 환기를 위한 잡담이나 농담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우석(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업 이외에 고려대 선배나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영어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제도·비제도적 지원 필요
Academic English 같은 필수 수업의 경우 실력 편차가 큰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글렌 선딘(Glenn Sundeen,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교수는 “학생 개개인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분반에 인원을 줄이면 좋겠다”며 “4학점이었던 Academic English 수업이 2018년 2학점으로 줄었는데, 여기서 더 줄어든다면 고려대 영어교육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부족한 수업 시간도 언급됐다. 피터 실베스트르(Peter Sylvestre,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교수는 “충분한 영어교육을 위해서는 50분 수업인 Academic English로는 부족하다”며 “75분 수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다”고 말했다.
영어강의 의무 수강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우석 교수는 “과목에 따라 국강이 효율적인 과목과 영강이 필요한 과목이 존재하기에 과목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재(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경영학 과목과 달리 국내 회계사 시험은 국문이기에 시험을 위해 회계학 국강이 더 개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혜정 교수는 “영강으로 개설됐더라도 외국인이 수강 신청하지 않는다면 국강으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제도적인 측면보다도 편한 수업 분위기를 원했다. 박범령 씨는 “1학년 때 Academic English 교수님에게 따뜻한 피드백으로 용기를 얻었다”며 “영어에 특출나지 않아도 학생들을 격려해 주는 영강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뭉카스 가가스 람방(Pamungkas Gagas Lambang, 공과대 산업경영공학20)은 “일방적 강의보다 다양한 문화의 학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교수들은 영강 평가와 채점을 영어 실력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용욱 교수는 “시험이나 과제 등에 있어 영어의 완결성보다 글의 내용 혹은 학생의 생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신혜린(미디어학부) 교수 또한 “노력을 중요하게 본다”며 “문장을 다듬고 문법과 철자법을 확인하는 건 실력이 아니라 성의와 노력의 문제”라 말했다.
글 | 하수민 기자 soomin@
일러스트 | 송민제 전문기자
20년 넘은 영어강의, 앞으로의 과제는 < 보도 < 보도 < 기사본문 - 고대신문 (kunews.ac.kr)
“영어론 전달 힘들 때도”
영어교육 지원 높여야
고려대 영어강의(영강)는 1995년 영어 필수과목 개설과 2003년 취임한 어윤대 전 총장의 국제화 공약을 시작으로 대폭 강화됐다. 2003년 9월 이후 임용된 신임교원에게 영어강의를 의무화했다. 04학번부터는 졸업요구조건에 외국어강의 이수도 추가됐다. 2003년 10%였던 영강 비율은 지난 학기 서울캠 기준 전체 강의의 22.6%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고려대 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급증하는 영강 수에 맞는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늘어나는 영강, 함께 커진 불만
올해 대학정보공시센터 공시자료 기준 고려대 외국인 재학생은 2435명으로 전체 학생의 8.03%다.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형태로 온 외국인도 1747명이다. 영강을 듣는 외국 학생 비율도 높아졌다. 2008년부터 ‘동아시아와세계정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 이용욱(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강의를 듣는 외국 학생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별 학부는 내부 규정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을 영강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 학기 경영대학은 전공수업 112개 중 69개가 영강이다. 박경삼(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어강의 비율을 최소 약 60%를 유지한다는 경영대학의 원칙에 협조하기 위해 영강을 맡았다”고 말했다.
공과대학 소속 학과·학부도 영강 비율이 높다. 기계공학부는 전공 33개 중 7개를 제외한 26개 수업이 영강이며 건축학과와 융합에너지공학과도 영강이 절반 이상이다. 외국 학생이 많을 뿐 아니라 한국 학생도 영문 전공용어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혜정(공과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전공용어가 영어인 만큼 영어강의가 더 수월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영강을 수강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19학번 A씨는 “영강은 절대평가로 진행돼 학점을 받기 쉽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주(문과대 서문20) 씨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영어 실력 차이와 소통 어려움 등을 이유로 영강을 꺼리는 학생들도 있다. 박범령(문과대 독문20) 씨는 “해외에서 살다 왔거나 외고를 졸업한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기 어려웠다”며 “똑같은 내용을 배워도 이해가 느렸고 발표를 잘하는 학생을 보면 위축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수업 분위기에 그대로 반영된다. 임규택(국제학부) 교수는 “외국 학생들은 질문과 토론에 적극적이지만 한국 학생들은 다소 조용하다”고 언급했다. 라진혁 4단계 BK21 경영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영어로 질문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한국 학생의 질문이 거의 없다”며 “개념 설명이 잘 됐는지,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도 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경아(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강의든 적극적인 학생과 소극적인 학생이 있기 마련”이라 전했다.
강의자의 영어 실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지훈(문과대 사학20) 씨는 “비영어권 교수님이 영어로 강의할 때 지식 전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다인(경영대 경영22) 씨는 “국강(한국어 강의)에 비해 영강의 강의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온 교환학생 B씨는 “교수님의 영어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영강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건 학생만이 아니다. 박경삼 교수는 “모국어가 아니기에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가끔 실수해 힘들기도 하지만, 수강생들이 이해해 줘 고맙다”고 덧붙였다. 정보 전달이 아닌 수업 운영 전반에서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 이남경 4단계 BK21 경영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즉흥적인 설명엔 한계가 있고 분위기 환기를 위한 잡담이나 농담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우석(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업 이외에 고려대 선배나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영어로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제도·비제도적 지원 필요
Academic English 같은 필수 수업의 경우 실력 편차가 큰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글렌 선딘(Glenn Sundeen,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교수는 “학생 개개인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분반에 인원을 줄이면 좋겠다”며 “4학점이었던 Academic English 수업이 2018년 2학점으로 줄었는데, 여기서 더 줄어든다면 고려대 영어교육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부족한 수업 시간도 언급됐다. 피터 실베스트르(Peter Sylvestre,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교수는 “충분한 영어교육을 위해서는 50분 수업인 Academic English로는 부족하다”며 “75분 수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다”고 말했다.
영어강의 의무 수강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우석 교수는 “과목에 따라 국강이 효율적인 과목과 영강이 필요한 과목이 존재하기에 과목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재(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경영학 과목과 달리 국내 회계사 시험은 국문이기에 시험을 위해 회계학 국강이 더 개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혜정 교수는 “영강으로 개설됐더라도 외국인이 수강 신청하지 않는다면 국강으로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제도적인 측면보다도 편한 수업 분위기를 원했다. 박범령 씨는 “1학년 때 Academic English 교수님에게 따뜻한 피드백으로 용기를 얻었다”며 “영어에 특출나지 않아도 학생들을 격려해 주는 영강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뭉카스 가가스 람방(Pamungkas Gagas Lambang, 공과대 산업경영공학20)은 “일방적 강의보다 다양한 문화의 학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편 교수들은 영강 평가와 채점을 영어 실력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용욱 교수는 “시험이나 과제 등에 있어 영어의 완결성보다 글의 내용 혹은 학생의 생각을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신혜린(미디어학부) 교수 또한 “노력을 중요하게 본다”며 “문장을 다듬고 문법과 철자법을 확인하는 건 실력이 아니라 성의와 노력의 문제”라 말했다.
글 | 하수민 기자 soomin@
일러스트 | 송민제 전문기자
20년 넘은 영어강의, 앞으로의 과제는 < 보도 < 보도 < 기사본문 - 고대신문 (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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