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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고] 대학연구소·스타트업의 혁신적 상생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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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4

임희석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개방형 혁신 R&D센터장)

그랜드 피아노를 다른 위치로 밀기 위해서 유치원생 수십 명을 데리고 와봐야 서로 우왕좌왕하고 제대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덩치가 좋은 장정 몇 사람만 오면 쉽게 밀 수가 있다. 요즘 인공지능(AI)은 초거대 AI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 그리고 장정 역할을 할 수 있는 고급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빅테크 회사에서 AI 개발자를 일반 사람들의 연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액으로 채용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 것이다.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그렇지 않은 수 십 명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AI다.

투자 자금 유치와 우수한 인재 채용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을 한 스타트업이 겪는 많은 어려움 중 하나다. AI 3대 강국을 지향하는 정부와 사회적 투자 분위기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그나마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모처럼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더라도 AI계의 그랜드 피아노를 옮길만한 우수한 인재, 특히 박사급의 인재를 스타트업에서 채용한다는 것은 거의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내의 많은 대학연구소는 대학원생, 박사후 연구원(포스트 닥터), 연구 교수, 그리고 산학협력중점 교수 등 박사급의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해당 분야의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들도 적지 않다.

반면 대학연구소는 연구소 인력들의 인건비, 연구환경 조성비, 그리고 연구활동을 위한 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지속 반복되는 어려움이다. 물론 정부의 다양한 연구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원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지만, 최근 연구비 수주를 위한 경쟁률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대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연구 주제들을 바꾸는, 소위 ‘기러기 연구자들’이 양산되기도 한다. 최근 많은 교수나 연구자들이 자신을 AI 전문가로 소개한다. 한 때는 그들이 자신이 빅데이터, 블록체인 또는 메타버스 전문가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연구소와 스타트업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대학연구소(고려대학교 Human-inspired AI, 이후 HIAI)의 소장을 맡고 있는 본인도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21년 초 대학연구소와 스타트업의 상생을 위한 계약연구센터를 국내 처음으로 만들고 시작했다. 계약연구센터는 자체 연구소 조직을 만들거나 우수한 연구 인력을 채용하기가 어려운 기업이 대학연구소와 계약을 맺고 연구비를 지원하고 대학연구소는 해당 기업의 연구를 전담하고 밀착 지원할 수 있는 센터를 대학연구소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연구 개발을 장기간 대학연구소와 안정되게 진행을 하고, 심지어 투자 유치 때 계약연구센터를 회사가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연구 조직으로 소개를 하기도 한다. 고려대 HIAI 연구원은 10여개의 계약연구센터를 유치했고, 현재도 3개의 계약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기업은 계약연구센터를 통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여 투자유치 성공, GS 1등급 획득, 단기간 LLM의 상품화 등 가시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러한 개념의 대학연구소-스타트업의 상생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을 우수 대학연구소에 입주시켜 ‘초밀착 산학협력 거점’으로 키우는 ‘개방형 공동 혁신 R&D(연구개발) 센터’ 즉 OIRC (OIRC, Open Innovative R&D Center) 사업을 2025년에 시작하여 5개의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우수 인력과 첨단기술 확보의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과 안정적 연구비 확보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고 지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생 사업이다. 2026년도에도 추가적인 OIRC 센터 선정이 계획되어 있는데, 해당 사업에 더욱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대학연구소와 스타트업의 상생과 혁신의 성과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또한 해당 사업을 통하여 2026년부터는 기술 상품화, 매출 증대, 세계적인 AI 관련 제품 개발, 세계적 연구 성과 창출, 투자 유치 성공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OIRC 사업의 전문기관인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이 주관한 ‘2025년 공공연구성과 확산대전’도 기술 매칭, 기술 스케일업, 창업, 그리고 기술이전 등에 대한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 행사로 대학연구소와 스타트 상생을 위하여 기여한 바가 높다고 평가된다.

2026년에도 OIRC 사업의 우수 성과와 함께 공공연구성과 확산 대전이 더욱 풍성하고 결실이 있는 행사로 계속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