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식
언론보도
다양성·포용성, 당연하지만 어려운 목표...“대학의 선도적 역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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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국내 최초로 민·관·학·연이 함께 하는 ‘한국다양성협의체’가 지난 6월 18일 닻을 올렸다. 교육·직장·공공 서비스 등 모든 사회 영역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속 가능한 다양성 정책 추진을 위해 다함께 노력한다고 선언했다. 8개 기관으로 시작한 한국다양성협의체는 그 외연을 조금씩 넓혀갈 예정이다. 이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교수신문이 공동으로 ‘다양성 현장을 가다’를 기획해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자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다양성 정책 추진에 접목돼 순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다양성과 포용성은
단순히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대학의 본질적인 사명과
직결된 가치입니다.
민주적 가치를 심화하고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과정에는
비판적 사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
타인과의 협력, 공익을 위한
책임감이 포함돼야 합니다.
대학은 지식의 생산과 전파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 변화를 이끄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다원적 사회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핵심적인 가치로 실천하는 대학의 선도적 역할이 더욱 절실히 요청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당연하지만 어려운 목표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대학 내에서 더욱 활발히 전개돼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현안들을 몇 가지만 떠올려 볼까요. 지금 국내 대부분의 대학은 전 세계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일에 적극적입니다. 국제화가 중요한 목표인 만큼, 외국인 학생들이 국내에서 안전하고 보람 있게 학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업이나 학내 활동에서 소외되는 학생은 없을까요? 외국인 학생의 동아리 가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인 학생들이 어학 능력이나 문화 차이 때문에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에서 특정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떤 지원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대학 내에 점차 확충되고 있지만, 아직도 휠체어용 경사로가 장애인 편의시설의 전부인 건물도 있습니다. 그나마도 없는 건물이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곳곳에 너무 많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화장실 안쪽에 따로 설치된 경우가 흔한데, 휠체어 사용자가 자동문이 아닌 화장실 외부 출입문을 열고 진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 학생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볼 때 필요한 조치들은 모든 학교에서 충분히 보장되고 있을까요? 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환경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거나 이러한 필요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학교 안팎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아직 많습니다. 시험이나 실습을 성별에 따라 분리하여 실시하는 관행이 있을 경우,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까요? 화장실이나 탈의실, 기숙사 등 성별에 따라 구획된 시설은 수정이나 개선할 여지가 없을까요?
이런 질문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다양성과 포용성 실천의 모범을 보이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숙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 중 지극히 일부로, 실제로 현재 논의되는 내용입니다. 이미 누차 지적된 바 있는 사실이지만, 교원, 직원 구성의 다양화 및 대학 거버넌스 조직과 의사결정 기구 내의 다양성은 국내의 모든 대학이 계속 보완해야 할 또 다른 주요 사항입니다. 가속하는 신자유주의와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온 다중적 격변 속에서 소수 학문을 보호하고 지원하면서 학문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진리의 전당인 대학이 감당해야 할, 어쩌면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입니다.
서로 다른 필요와 입장들을 존중하고 특정 집단의 취약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명제를 현실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다양성과 포용성은 이처럼 우리 삶에서 현실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의제입니다. 위에 언급한 사안 중 어느 하나도 한 사람의 결정이나 대학 내 어떤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조직 전체에서 널리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생각이 다른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반대하는 입장이 언제나 있을 수 있고, 자원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 교육이 단기간에 끝날 수 없으므로 장기적인 기획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대학이라는 기관의 원칙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때로는 설득이 필요하지만, 제도를 바꿔 실천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카이스트 포용성위원회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때로는 부정적 입장과 민원에도 소수자 차별을 막기 위한 원칙을 고수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다자적 협업의 체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은 다양성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고려대는 2019년부터 학교 구성원의 현황, 거버넌스 구성, 교과과정 등 여러 방면에 대한 자료를 수합하고 다양성 관련 정책 제안 등을 함께 실어 다양성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2024년 다양성보고서가 연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이는 실태 분석을 바탕으로 지속적 보완과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임에도, 실제로 많은 문턱을 넘어야 하고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난한 일입니다.
학생, 직원, 교원에 대한 정보를 각기 다른 부서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고, 여러 지표를 산출하기 위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 데이터 정리와 집적이 각 부서의 여러 행정 업무 중에서 덜 시급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해서, 기초 자료 수집 단계부터가 난관입니다. 모든 부서와 단과대학의 적극적인 협조와 더불어, 관련 자료의 수집과 분석 및 보고서 작성을 위한 인력과 재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학교 내 모든 부서가 다양성 데이터를 항목화하고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관된 체계를 갖추어야 현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가능하고 그 결과를 발전 방향과 정책 수립의 기초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 본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부서 간 협조가 없다면 이런 작업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려대는 현재 여러 기구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련된 협업 체계를 가동합니다. 인권·성평등센터는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배포하며, 다양성 주제까지 포함하는 인권 논문 공모전, 월례 세미나를 활용하여 다양성에 관한 인식을 확산하고 학술적 담론을 장려합니다. 다양성위원회는 여러 의견과 제안을 수집하고 정책 설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시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국제처, 사회학과와 협력해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교(MSU)와 함께 2025년 다양성 국제 포럼을 기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고려대 지속가능원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적 방안 개발과 교내 인프라 구축이라는 목표에서 다양성을 주요 가치로 채택하여 정책에 반영합니다. 총장 산하 전 부서가 참여하는 조직인 ‘JEDI(Justice, Equity, Diversity, Inclusion) 지속가능성 위원회’는 구성원들과 대학 본부 사이의 양방향 소통을 활성화해 다양성을 포함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현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제 해결 및 정책 수립을 견인합니다.
또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구성원들과 환자들이 널리 존중받을 수 있도록 ESG 및 다양성 실천 위원회를 설치하였습니다. 장애인 직원 및 함께 근무하는 부서장, 장애인 직무지도원의 정기 간담회를 운영하고, 농인 환자의 진료 전 과정에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는 의료 담당 수어 통역사를 상시 배치했으며, 성소수자와 관련된 여러 의제에 관하여 교직원과 병원 내외의 다양한 무료 교육 과정과 인권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안암병원은 “환대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목표로, 고려대 지속가능원과 협력하여 다양성 존중 심포지엄을 지난해 12월 5일 개최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캠퍼스 내에서 여러 실험이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실천은 여러 부서의 독자적 노력과 다자 협업을 동시에 필요로 하기에, 지금 몇 개 기구와 위원회에 집중된 위와 같은 시도가 캠퍼스 안에서 더 보편화해 정착하기를 바랍니다.
이상적으로는 대학 본부의 각 부처가 고유 업무의 수행 체계 안에 다양성의 실천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단과대학을 비롯한 모든 대학 내 조직에 다양성을 관장하는 소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되도록이면 가까운 미래에, 그처럼 포괄적인 제도화와 조직적인 지원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다른 대학들과의 연대 또한 귀중한 자산으로 삼아 부족함을 보완하겠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단순히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대학의 본질적인 사명과 직결된 가치입니다. 민주적 가치를 심화하고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과정에는 비판적 사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 타인과의 협력, 공익을 위한 책임감이 포함돼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지난해 12월.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서로의 다름을 잊고 추운 거리에 나서서 서로를 보호하며 경계 없는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는 기적 같은 경험을 또 한 번 하고 있습니다.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 나아갈 길은 분명합니다.
윤조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고려대 인권·성평등센터장, 다양성위원장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대학 내에서 더욱 활발히 전개돼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현안들을 몇 가지만 떠올려 볼까요. 지금 국내 대부분의 대학은 전 세계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는 일에 적극적입니다. 국제화가 중요한 목표인 만큼, 외국인 학생들이 국내에서 안전하고 보람 있게 학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업이나 학내 활동에서 소외되는 학생은 없을까요? 외국인 학생의 동아리 가입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인 학생들이 어학 능력이나 문화 차이 때문에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에서 특정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떤 지원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대학 내에 점차 확충되고 있지만, 아직도 휠체어용 경사로가 장애인 편의시설의 전부인 건물도 있습니다. 그나마도 없는 건물이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곳곳에 너무 많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화장실 안쪽에 따로 설치된 경우가 흔한데, 휠체어 사용자가 자동문이 아닌 화장실 외부 출입문을 열고 진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 학생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볼 때 필요한 조치들은 모든 학교에서 충분히 보장되고 있을까요? 소수자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환경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거나 이러한 필요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학교 안팎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아직 많습니다. 시험이나 실습을 성별에 따라 분리하여 실시하는 관행이 있을 경우,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좋을까요? 화장실이나 탈의실, 기숙사 등 성별에 따라 구획된 시설은 수정이나 개선할 여지가 없을까요?
이런 질문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다양성과 포용성 실천의 모범을 보이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숙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 중 지극히 일부로, 실제로 현재 논의되는 내용입니다. 이미 누차 지적된 바 있는 사실이지만, 교원, 직원 구성의 다양화 및 대학 거버넌스 조직과 의사결정 기구 내의 다양성은 국내의 모든 대학이 계속 보완해야 할 또 다른 주요 사항입니다. 가속하는 신자유주의와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온 다중적 격변 속에서 소수 학문을 보호하고 지원하면서 학문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진리의 전당인 대학이 감당해야 할, 어쩌면 가장 큰 난제 중 하나입니다.

반대는 언제나 있고 자원은 언제나 부족
서로 다른 필요와 입장들을 존중하고 특정 집단의 취약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명제를 현실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다양성과 포용성은 이처럼 우리 삶에서 현실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의제입니다. 위에 언급한 사안 중 어느 하나도 한 사람의 결정이나 대학 내 어떤 한 부서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조직 전체에서 널리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생각이 다른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반대하는 입장이 언제나 있을 수 있고, 자원은 언제나 부족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 교육이 단기간에 끝날 수 없으므로 장기적인 기획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대학이라는 기관의 원칙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는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때로는 설득이 필요하지만, 제도를 바꿔 실천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카이스트 포용성위원회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때로는 부정적 입장과 민원에도 소수자 차별을 막기 위한 원칙을 고수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다자적 협업의 체계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은 다양성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고려대는 2019년부터 학교 구성원의 현황, 거버넌스 구성, 교과과정 등 여러 방면에 대한 자료를 수합하고 다양성 관련 정책 제안 등을 함께 실어 다양성보고서를 발간하였으며, 2024년 다양성보고서가 연초에 나올 예정입니다. 이는 실태 분석을 바탕으로 지속적 보완과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임에도, 실제로 많은 문턱을 넘어야 하고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지난한 일입니다.
학생, 직원, 교원에 대한 정보를 각기 다른 부서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고, 여러 지표를 산출하기 위한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 데이터 정리와 집적이 각 부서의 여러 행정 업무 중에서 덜 시급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해서, 기초 자료 수집 단계부터가 난관입니다. 모든 부서와 단과대학의 적극적인 협조와 더불어, 관련 자료의 수집과 분석 및 보고서 작성을 위한 인력과 재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학교 내 모든 부서가 다양성 데이터를 항목화하고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관된 체계를 갖추어야 현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평가가 가능하고 그 결과를 발전 방향과 정책 수립의 기초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 본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부서 간 협조가 없다면 이런 작업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려대는 현재 여러 기구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련된 협업 체계를 가동합니다. 인권·성평등센터는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배포하며, 다양성 주제까지 포함하는 인권 논문 공모전, 월례 세미나를 활용하여 다양성에 관한 인식을 확산하고 학술적 담론을 장려합니다. 다양성위원회는 여러 의견과 제안을 수집하고 정책 설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시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국제처, 사회학과와 협력해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교(MSU)와 함께 2025년 다양성 국제 포럼을 기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고려대 지속가능원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적 방안 개발과 교내 인프라 구축이라는 목표에서 다양성을 주요 가치로 채택하여 정책에 반영합니다. 총장 산하 전 부서가 참여하는 조직인 ‘JEDI(Justice, Equity, Diversity, Inclusion) 지속가능성 위원회’는 구성원들과 대학 본부 사이의 양방향 소통을 활성화해 다양성을 포함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현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문제 해결 및 정책 수립을 견인합니다.
또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는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구성원들과 환자들이 널리 존중받을 수 있도록 ESG 및 다양성 실천 위원회를 설치하였습니다. 장애인 직원 및 함께 근무하는 부서장, 장애인 직무지도원의 정기 간담회를 운영하고, 농인 환자의 진료 전 과정에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는 의료 담당 수어 통역사를 상시 배치했으며, 성소수자와 관련된 여러 의제에 관하여 교직원과 병원 내외의 다양한 무료 교육 과정과 인권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안암병원은 “환대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목표로, 고려대 지속가능원과 협력하여 다양성 존중 심포지엄을 지난해 12월 5일 개최했습니다.

시작 단계이지만, 대학이 나아갈 길은 분명
물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캠퍼스 내에서 여러 실험이 이루어지는 단계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실천은 여러 부서의 독자적 노력과 다자 협업을 동시에 필요로 하기에, 지금 몇 개 기구와 위원회에 집중된 위와 같은 시도가 캠퍼스 안에서 더 보편화해 정착하기를 바랍니다.
이상적으로는 대학 본부의 각 부처가 고유 업무의 수행 체계 안에 다양성의 실천 여부를 자율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단과대학을 비롯한 모든 대학 내 조직에 다양성을 관장하는 소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되도록이면 가까운 미래에, 그처럼 포괄적인 제도화와 조직적인 지원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려대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다른 대학들과의 연대 또한 귀중한 자산으로 삼아 부족함을 보완하겠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단순히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대학의 본질적인 사명과 직결된 가치입니다. 민주적 가치를 심화하고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과정에는 비판적 사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 타인과의 협력, 공익을 위한 책임감이 포함돼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지난해 12월.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을 공유하는 시민들이 서로의 다름을 잊고 추운 거리에 나서서 서로를 보호하며 경계 없는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는 기적 같은 경험을 또 한 번 하고 있습니다.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 나아갈 길은 분명합니다.

윤조원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고려대 인권·성평등센터장, 다양성위원장
출처: 교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