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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매경춘추]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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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5


박종훈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

과거에는 대형 인재가 제법 많았다. 혹시 장남교 붕괴 사고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2년 9월 22일 경기도 파주의 임진강 장남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2명이 숨지는 사고였는데, 새로운 선진 공법으로 설계하고는 현장에 바뀐 설계를 전달하지 않아서 생긴 인재였다.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빠른 진료? 최고의 술기? 물론 이런 것이 중요하지만 사실 의료에서도 환자 안전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 모르는 것 같다. 히포크라테스도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 안전이라고 했는데 걸핏하면 장남교 붕괴 사고 같은 인재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환자 안전이 간과되고 있지 않나 싶다.

백내장 수술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모 박사님이 있다. 수술은 최고인데 이분이 종종 좌측과 우측을 착각해서 수술한다면 어떨까?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있나?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필자가 미국의 의료 기관 인증 평가를 5번이나 겪고 알게 된 것은 미국 의사들은 정말 짜증 날 만한 오만 가지 것을 지킬 것을 강요받는다는 것이다. 마취 후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집도에 들어가기 전에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끼리 환자가 누구인지, 진단명은 맞는지, 수술 부위는 좌우 어디인지 등등 아주 번거롭고 귀찮게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한국 의사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키지 않는 이 절차를 미국 의사들은 왜 잘 지킬까? 타고날 때부터 원칙을 잘 지키는 인류일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하나다. 이런 실수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의료 사고가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부주의해서 발생한 것인지 등에 대해 일단 구분 없이 기소하고, 재판으로 몇 년 끌다가 대충 끝난다. 그러니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기소 사례가 의료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맞기도 하지만, 또 그렇다고 '엄중하냐?' 하고 따져보면 그건 또 다른 문제 같다.

과거보다는 환자 확인 절차를 잘 지키는 편이지만 아직 멀었다.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안전 지침은 무시된다. 필자도 간혹 좌우를 다르게 기록해서 수정할 때가 있으니 남 말할 필요도 없다. 병원의 크기에 따라 다를까? 그러니까 대형 병원은 잘할까? 단언컨대 그럴 리는 없다. 우리나라는 의료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에 환자는 어느 병원이 안전하게 수술하는지 알 길이 없어서 일단 큰 병원에 가고 보자는 식이다. '크고 화려하면 환자는 알아서 오니 귀찮게 뭘 확인해' 이런 식이다. 그러니 환자 안전은 아무리 제도를 강화해도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의료 사고가 많은, 그러나 자랑스러운 K의료인 셈이니 정말 웃기는 것이다.

"뭣이 중헌디?" 이는 영화 대사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선진 의료를 지향한단다. 이참에 대형 병원들의 치료 성적을 공개하는 것을 제도화하면 어떨까. 이런 주장을 하면 동료 의사들이 나를 죽이려고 들겠지.

원문 [매경춘추] 뭣이 중헌디?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