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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고] 사직에서 복귀까지, 소청과는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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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8


9월부터 사직했던 전공의들이 복귀하기 시작했다. 우리 병원에도 네 명의 소아청소년과 사직 전공의들이 지난 1년 동안 근무했고, 이제 다시 대학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복귀를 앞두고 우리를 떠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불확실한 미래로 무겁던 얼굴에는 오히려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1년 반 전만 해도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던 전공의들 중 상당수가 결국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출산율 감소와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현실,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해는 되지만, 소아청소년과 지원이 줄어드는 흐름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소아청소년과는 단순한 진료 과목이 아니라 필수 의료의 가장 중요한 기둥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프면 스스로를 표현하거나 이겨 내기가 어렵다. 아이가 아플 때 불안에 떠는 부모에게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전문가이자 친구이며, 무엇보다 희망이다.

따라서 소아청소년과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한 과의 존속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다.

물론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늘 보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고, 라뽀(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해 마음에 상처를 받는 순간도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 길을 포기하는 의사들도 있다. 우리 병원에서 함께했던 사직 전공의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때로는 환자 상태가 악화돼 대학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했고, 그 과정에서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또 최선을 다했음에도 오해와 컴플레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그런 경험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결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돌아갔다.

이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다. 우리 병원에서의 1년이 그들에게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 주었고, 아이들의 웃음을 통해 보람을 확인하게 해 주었다는 분명한 증거다.

이렇듯 많은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필수의료의 여러 현장에서 같은 보람을 느끼길 기대한다. 하지만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일은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어렵다.

그들이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선택한 길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과 제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를 지킨다는 것은 곧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백정현 우리아이들병원장
- 고려대학교의료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료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 고려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외래교수

원문 [기고] 사직에서 복귀까지, 소청과는 우리가 지켜야 할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