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식
언론보도
펜을 든 발달장애 자녀 아버지들 “나 없이도 아이가 홀로 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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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아빠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주호민 웹툰작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 마지막주 토요일. 발달 장애 아동을 키우는 김남욱씨(43)는 ‘나와 같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다른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요청을 받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연필을 들었다.
“첫 아이를 낳고 함께 성장해가면서 아이의 즐거움이 곧 나의 기쁨이었는데. 장애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아이를 평생 책임지는 게 아빠임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김씨의 딸 나은이(9)는 만 2세 때 욕실에서 익수 사고를 당해 중도 장애를 입었다. 갓난아기인 남동생을 보며 꺄르르 웃고 재잘대던 나은이의 모습은 그날 이후 사라졌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딸처럼, 아버지 김씨는 그날 이후 움츠러들었다.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오래도록 김씨를 괴롭혔다. 나은이가 웃고 떠들던 영상을 2~3년간 쳐다보지 못했다. 사고 후 5년까지, 마음이 울컥할 때면 운전 하는 차 안에서 딸의 이름을 울부짖듯 외쳤다.
이는 모두 아내 앞에서만 꺼낼 수 있었던 이야기다.
그런 김씨가 나은이의 기억을 밖으로 낼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6월 ‘발달장애 자녀 아버지 대상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고려대학교 사회공헌원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아내가 먼저 권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나은이가 장애 판정을 받을 당시의 기억, 발달장애 자녀를 둔 아버지의 삶, 앞으로 펼쳐질 자녀와 나의 모습을 글로 써내려갔다.
김씨를 포함한 아버지들은 어디서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속얘기를 터놓았다. 아이들의 장애 유형과 정도, 나이대는 제각기 달랐지만 ‘이들은 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공감대가 서로의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경험하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들은 이 모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경향신문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세 명의 아버지를 지난 11월 21일·26일·28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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