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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별 교내 주요 성과
63년 전 그날처럼, 시대의 고민을 품고 달리다 (2023.05.08. 고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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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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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
16.정의,평화,효과적인제도(G)
민주묘지까지 2시간 반 달려
“4·18 정신은 고려대의 정체성”
교우, 시민도 학생들 응원해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길 원하는 학생 300여 명이 중앙광장에 집결했다. 1960년 4월 18일, 본지 편집국장이던 박찬세(법학과 55학번) 교우의 “우리는 행동성이 없는 지식인을 배격한다”는 선언에 본교 학생 3000여 명은 태평로에 있던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했고 다음 날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 63년 뒤 같은 날, “서로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지성으로 복귀하라”는 기조에 학생들은 시대의 고민을 품고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를 향해 달렸다. 김동원 총장은 헌화식에서 “63년 전 그날, 온 겨레가 고려대를 바라보며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고려대로 발전하는 것이 4·18 정신의 진정한 계승”이라고 전했다.
오전 11시, 태평소와 꽹과리 소리를 앞세운 풍물패 연합이 ‘진주삼천포 12차 농악’을 울리며 사전 굿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하나둘 중앙광장에 모였다.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의를 입은 학생들은 선배들의 4·18 의거를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김지은(문과대 한국사22) 씨는 “사학도이자 역사의 주인으로서 4·19 민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이승민 서울총학생회 권리복지국장은 오늘날의 문제를 담은 총학생회 기조문을 낭독했다. 기조문에는 △만연한 혐오 정서 △저출산으로 인한 공동체 붕괴 △안전 불감증 △대학가 경쟁 과열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역설했다. 박성근 서울총학생회장은 “선배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하면 그들이 염원했던 정의, 평등, 공정의 가치를 이 땅에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주 세종총학생회장은 “절망적인 출산율과 공동체 안전 위협으로 대한민국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우리는 자유, 정의, 진리를 추구하며 한 줄기 빛이 돼야 한다”고 했다.
“둥! 둥! 둥!” 두 총학생회장이 북을 울리며 4·18 구국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붉은 행렬은 회장단과 풍물패 연합을 선두로 중앙광장에서 출발해 본관, 경영대를 지나 정문을 통과했다. ‘혐오를 멈추고 지성으로 복귀하라’는 총학생회 기조문 문구가 쓰인 풍물패의 흰 깃발이 행렬 선두에서 휘날렸다.
풍물패 연합을 선두로 한 붉은 행렬이 본교 정문을 나서고 있다.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가 종암로 일대를 채우자 시민들은 점포에서 나와 붉은 물결을 신기하다는 듯 구경했다. 박준형(남·52) 씨는 “신입생인 아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려고 나왔다”며 “학생들이 간만에 야외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김성은(여·57) 씨는 “학생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거리에 나와 행진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고 했다.
“손 맞잡고 함께 뛰자 그날 기억 어디 가랴!” “허구한 날 갈라치기 분열정치 중단하라!”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경대 학생들은 4·18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시대에 맞게 자신들이 새로 정한 구호를 제창했다. 응원가를 부르며 달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박충만(문과대 사회20) 씨는 “구국대장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응원가는 지야의 함성”이라며 “고려대이기에 할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깃발을 든 학생들이 경찰의 통제하에 종암사거리를 건너고 있다.
국립4.19민주묘지 입구 사거리를 막 지나자 ‘高’자가 박힌 학생모를 쓴 교복 무리가 등장했다.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돌아가는 교우들이었다. ‘3·15 부정선거 규탄’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라’가 적힌 팻말을 든 교우들이 붉은 행렬을 향해 “민족고대 최고!”라 외치자 행렬 속 학생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응수했다.
정경대 학생들이 ‘행동하는 지성인 (이름)의 외침’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수유사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출발 후 2시간 반 만에 국립4.19민주묘지 정문을 통과했다. 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학생들은 한 줄씩 기념탑 앞으로 나아가 묵념했다. 김성재(정경대 정외22) 씨는 “‘4·18과 학생사회’ 세미나를 계기로 대장정에 참여했다”며 “악천후로 취소될까 걱정했는데 순탄히 진행돼 다행”이라 전했다. 당시 의거를 주도한 독고중훈(철학과 57학번) 교우는 “4·18 현장에 있었던 건 일생의 영광이자 기쁨”이라며 “4·18 정신은 영원한 고려대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젊은이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김대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이 국립4.19민주묘지 기념탑에 분향하고 있다.
글 | 정세연 기자 yonseij@
사진 | 문원준·김민경 기자 press@
63년 전 그날처럼, 시대의 고민을 품고 달리다 < 보도 < 보도 < 기사본문 - 고대신문 (kunews.ac.kr)
“4·18 정신은 고려대의 정체성”
교우, 시민도 학생들 응원해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길 원하는 학생 300여 명이 중앙광장에 집결했다. 1960년 4월 18일, 본지 편집국장이던 박찬세(법학과 55학번) 교우의 “우리는 행동성이 없는 지식인을 배격한다”는 선언에 본교 학생 3000여 명은 태평로에 있던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했고 다음 날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 63년 뒤 같은 날, “서로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지성으로 복귀하라”는 기조에 학생들은 시대의 고민을 품고 수유동 국립4.19민주묘지를 향해 달렸다. 김동원 총장은 헌화식에서 “63년 전 그날, 온 겨레가 고려대를 바라보며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고려대로 발전하는 것이 4·18 정신의 진정한 계승”이라고 전했다.
오전 11시, 태평소와 꽹과리 소리를 앞세운 풍물패 연합이 ‘진주삼천포 12차 농악’을 울리며 사전 굿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하나둘 중앙광장에 모였다.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의를 입은 학생들은 선배들의 4·18 의거를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김지은(문과대 한국사22) 씨는 “사학도이자 역사의 주인으로서 4·19 민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이승민 서울총학생회 권리복지국장은 오늘날의 문제를 담은 총학생회 기조문을 낭독했다. 기조문에는 △만연한 혐오 정서 △저출산으로 인한 공동체 붕괴 △안전 불감증 △대학가 경쟁 과열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 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역설했다. 박성근 서울총학생회장은 “선배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하면 그들이 염원했던 정의, 평등, 공정의 가치를 이 땅에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주 세종총학생회장은 “절망적인 출산율과 공동체 안전 위협으로 대한민국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우리는 자유, 정의, 진리를 추구하며 한 줄기 빛이 돼야 한다”고 했다.
“둥! 둥! 둥!” 두 총학생회장이 북을 울리며 4·18 구국대장정의 시작을 알렸다. 붉은 행렬은 회장단과 풍물패 연합을 선두로 중앙광장에서 출발해 본관, 경영대를 지나 정문을 통과했다. ‘혐오를 멈추고 지성으로 복귀하라’는 총학생회 기조문 문구가 쓰인 풍물패의 흰 깃발이 행렬 선두에서 휘날렸다.
풍물패 연합을 선두로 한 붉은 행렬이 본교 정문을 나서고 있다.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가 종암로 일대를 채우자 시민들은 점포에서 나와 붉은 물결을 신기하다는 듯 구경했다. 박준형(남·52) 씨는 “신입생인 아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려고 나왔다”며 “학생들이 간만에 야외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김성은(여·57) 씨는 “학생들이 역사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거리에 나와 행진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고 했다.
“손 맞잡고 함께 뛰자 그날 기억 어디 가랴!” “허구한 날 갈라치기 분열정치 중단하라!”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경대 학생들은 4·18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시대에 맞게 자신들이 새로 정한 구호를 제창했다. 응원가를 부르며 달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박충만(문과대 사회20) 씨는 “구국대장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응원가는 지야의 함성”이라며 “고려대이기에 할 수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깃발을 든 학생들이 경찰의 통제하에 종암사거리를 건너고 있다.
국립4.19민주묘지 입구 사거리를 막 지나자 ‘高’자가 박힌 학생모를 쓴 교복 무리가 등장했다.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돌아가는 교우들이었다. ‘3·15 부정선거 규탄’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하라’가 적힌 팻말을 든 교우들이 붉은 행렬을 향해 “민족고대 최고!”라 외치자 행렬 속 학생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응수했다.
정경대 학생들이 ‘행동하는 지성인 (이름)의 외침’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수유사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출발 후 2시간 반 만에 국립4.19민주묘지 정문을 통과했다. 두 총학생회장을 시작으로 학생들은 한 줄씩 기념탑 앞으로 나아가 묵념했다. 김성재(정경대 정외22) 씨는 “‘4·18과 학생사회’ 세미나를 계기로 대장정에 참여했다”며 “악천후로 취소될까 걱정했는데 순탄히 진행돼 다행”이라 전했다. 당시 의거를 주도한 독고중훈(철학과 57학번) 교우는 “4·18 현장에 있었던 건 일생의 영광이자 기쁨”이라며 “4·18 정신은 영원한 고려대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젊은이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김대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이 국립4.19민주묘지 기념탑에 분향하고 있다.
글 | 정세연 기자 yonseij@
사진 | 문원준·김민경 기자 press@
63년 전 그날처럼, 시대의 고민을 품고 달리다 < 보도 < 보도 < 기사본문 - 고대신문 (kunew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