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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우분투칼럼] 아프리카, 알고보면⑺…우리네 식탁에 이미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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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9

고려대 언론학 이은별 박사 고려대 언론학 박사(학위 논문 '튀니지의 한류 팬덤 연구')
한국인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아프리카산 식품은 단연 커피일 것이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탄자니아 AA, 르완다 버본 등 이른바 커피 벨트(Coffee Belt: 커피 원두 재배에 적합한 북위 25도∼남위 25도 사이의 적도 인근 지역)에 속한 아프리카산 원두는 특유의 풍미와 품질로 국내 커피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1986년 출시 이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스크림 월드콘은 2014년부터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을 천연 향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와 디저트 같은 기호 식품 외에도 아프리카산 농수산물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이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 낯선 원산지를 마주할 때면 필자의 눈엔 그 이름들이 유독 반갑게 다가온다.
아프리카 해역에서 잡힌 수산물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후 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국내 연안에서 조기, 갈치, 문어 등 선호 어종의 어획량이 급감했다. 유통 업계는 대체 수산물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2012년에 기니산 조기와 가자미, 세네갈산 갈치, 이듬해 모리타니산 문어가 국내 유통망에 등장했다.
이들은 생김새나 크기에서는 국내산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 무엇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한국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며 합리적인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 이들 품목은 어획량과 국제 시세에 따라 변동된다. 최근에는 국내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따라 동아프리카 케냐 앞바다로 원양 어선을 보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머지않아 케냐산 오징어를 마트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해산물을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가공하기도 한다. 2017년부터 수입된 튀니지산 꽃게는 2023년 이탈리아 북동부 해안에 대거 유입돼 생태계 교란종으로 주목받은 푸른 꽃게와 같은 종이다. 원래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던 이 꽃게는 개체수 증가로 지중해까지 유입돼 골칫거리가 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중국산 꽃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다변화를 꾀하던 시기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개발 도상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 혜택인 일반특혜관세제도(GSP)와 지중해 청정 해역에서 조업, 그리고 급속 냉동 기술까지 더해져 주목받았다. 특히 이 꽃게를 국내에서 간장 소스에 절여 '간장게장'으로 가공하는 방식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덜어 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자몽도 이제는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품목이다. 이는 미국산 자몽에 비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남반구의 지중해성 기후 덕에 크기가 크고 당도와 산미의 균형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라 여름철에 맞춰 수확한 신선한 자몽을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편, 한때 국산으로 둔갑해 논란이 되기도 했던 참깨는 수단,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에서 생산된 고품질 제품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철저한 검역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아프리카 최대 담배 생산국 짐바브웨산 잎담배(연초)가 KT&G를 통해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짐바브웨 담배 농장은 95% 이상이 계약 재배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 측은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고품질 연초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졸업 입학 시즌인 겨울철에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절화 장미가 수입돼 꽃 시장 수요를 채우고 있다.
그렇다면 이웃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어떤 식품과 원료 교역을 하고 있을까. 예컨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에 공세적인 무역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짐바브웨와 협력을 통해 관련 품목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짐바브웨는 자국 담배 연초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수출하며, 아시아의 거대 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짐바브웨로서는 농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확보한 셈이다. 양국은 상호 식품 검역 프로토콜을 체결했다. 2023년에는 짐바브웨산 감귤류를 수입하고, 지난해부터는 아보카도, 블루베리, 마카다미아나 피칸 등 견과류 같은 프리미엄 농산물로 교역 품목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설립한 짐바브웨상업토끼사육협회(ZICORBA)는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을 겨냥해 토끼고기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짐바브웨 중국 대사관은 현지 기업과의 연결은 물론 사육 및 도축 기술 이전, 농가 교육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짐바브웨 정부의 농업 육성 정책과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전략이 맞물리며 다소 이색적이지만 실질적인 교역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 다양한 아프리카산 식품과 원료들이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 이제 아프리카를 단순히 대체 공급처가 아닌, 공정 무역을 통한 지속 가능한 교역 파트너로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때다. 농업 역량 강화를 위한 개발 협력을 확대하고, 검역 기준을 공유해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을 지원하는 등 상생 구조를 마련해 나가자. 조만간 우리의 식탁은 더욱 다채로운 아프리카의 맛으로 풍성해질 것이다.
아프리카 알고 보면, 우리네 식탁에 이미 와 있다.
원문 [우분투칼럼] 아프리카, 알고보면⑺…우리네 식탁에 이미 와 있다 | 연합뉴스